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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그리움을 이겨내는 방법) 부질없는 그리움만 쌓이네.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떠나는 이들을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허락된 것이 있다. 바로 그리움. 다시 볼 수는 없어도 그리워 할 자격은 있는 것이다.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하고 스스로를 달래곤 한다.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기억. 아버지의 투박한 두 손. 그 느낌을 기억한다. 몇 번이고 잡아드렸어야 했는데. 이제는 잡으려야 잡을 수도 없는 그 손. 매일 생업을 위해 쥐었을 핸들. 비죽비죽 튀어나온 혈관. 용솟음 치는 그 맥이 영원할 줄 알았던 나의 어리석음.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조금 더 기억하자. 누가 이 허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까.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라고 누가 더 내게 말해 줄 수 있을까.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리움의 대상은. 어느샌가 나의..
너에게 닿기를(화분속 고목잎에 대하여) 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우리 집에는 오래전부터 묵직한 화분이 하나 있다. 녀석의 이름은 고목. 다른 이들이 고목나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동어 반복이다. 나는 고목이 좋다. 맨들맨들한 잎사귀를 닦아줄 때면. 한없이 귀한 몸뚱이에 물을 부어줄 때면. 내가 오롯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서. 나와 같이 숨쉬고 있구나 싶어서 좋다. 마음 속으로 너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비는 하루. 어느 날 너에게는 샛노란 잎이 생겼다. 걱정이 된 나는 화분을 돌려 주기도 하고. 물의 양을 줄여 보기도 하고. 번번이 노력했지만 결국엔. 너는 잎사귀 하나를 툭 하고 떨구었다. 너에게 닿기를 바랐는데.......(한숨) 화분속 고목잎을 주우며 드는 생각 하나. 늙어감을 생각할 무렵이구나 하는. 우리도 알게 모르게 매일 각질을 바닥..
이 시대의 거짓피곤증 이 시대의 거짓피곤증이 활개치고 있다. 내가 정말 피곤한지도 아닌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간다. 이 병은 우울증과도 닮아있다. 무기력하고 의지력을 갉아먹히며.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모든 것은 거짓이다. 잠깐 자세를 고쳐잡고 머리를 돌리는 것에 의해 내쫓겨 난다. 일어나서 기지개를 켜는 손에 의해 멀리 내팽겨쳐 진다. 그렇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증상이기에. 이 시대의 거짓피곤증은 더욱 악랄하다. 책을 읽으려는 당신. 오늘의 목표는 완독이었다. 그러나 어떠한가. 조금씩 읽어내려갈수록 더 읽고 싶은데 자꾸 방해하는 무언가가 등장한다. 물을 한 잔 마셔도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워봐도. 계속 신경이 쓰이게 마련이다. 내게는 도무지 집중력이라는 게 없는 건가 싶을 정도이다.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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