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질없는 그리움만 쌓이네.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떠나는 이들을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허락된 것이 있다.
바로 그리움.
다시 볼 수는 없어도 그리워 할 자격은 있는 것이다.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하고 스스로를 달래곤 한다.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기억.
아버지의 투박한 두 손.
그 느낌을 기억한다.
몇 번이고 잡아드렸어야 했는데.
이제는 잡으려야 잡을 수도 없는 그 손.
매일 생업을 위해 쥐었을 핸들.
비죽비죽 튀어나온 혈관.
용솟음 치는 그 맥이 영원할 줄 알았던 나의 어리석음.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조금 더 기억하자.
누가 이 허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을까.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라고 누가 더 내게 말해 줄 수 있을까.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리움의 대상은.
어느샌가 나의 부적 또는 수호신처럼 내 안에서 커져만 갔다.
있다가 없으니까 정말 눈물 나.
그렇게 하소연 해 봐도 이제는.
곁에 있을 수 없는 운명의 장난이다.
그리움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그저 가만히 그 감정을 들여다 보는 일이다.
토달지 말고 이유달지 말고 가만히 응시해 보면.
그 감정이 어느새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잠시 한눈을 팔면 제각기 엉겨붙어 뭉쳐버리지만.
그래도 한 순간이라도 잊을 수 있다면.
아니, 잊어서는 안되기에.
이런 양가 감정을 가지고 당신을 대하는 일이 내게는 늘 버겁다.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라고 내게 말해 줘.
한 걸음 뒤에서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나를 위해 내 길을 밝혀 달라고.
그런 수줍은 부탁은 꺼내지도 못한 채로.
가만히 가만히.
하늘에 달이라도 뜨면 무조건 당신에게로 향하는 나의 기도.
걱정없이 고통없이 편히 쉬실 수 있게.
그런 소박하지만 묵직한 기도.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라고 당신에게 되려 말해주고 싶다.
나만 그리울까.
아닐 것이다.
상대도 나만큼 나를 그리워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항상 쌍으로 움직이기에.
자석처럼 반대방향으로 내뿜어지는 감정이기에 더욱이.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이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움의 장벽을 치고.
그 뒤에 숨어 울지 않으리.
호탕하게 당신 얘기 나누면서.
생전의 좋았던 모습을 나누면서.
그렇게 울음도 웃음도 나눠 삼켜 가야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토닥토닥 그리워도 괜찮아 라고.
당신 가슴 속에 그리움 하나쯤 있다면.
이제 이 글을 읽음과 동시에.
내려놓고 가만히 그 감정을 응시해 보자.
한 꺼풀 두 꺼풀 벗겨 내려가면 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그 기억을 이제는 놓아버리자.
그리고 그리울 때면 한없이 가라앉아 바닥을 찍자.
그래도 괜찮다고 당신이 내게 말해 주었다.
툭 하고 내려놓아도 괜찮다고 해 주었다.
모든 것의 무게가 버거워 도망칠 때도.
당신은 늘 내 곁에 있어 주었다.
이젠 내가 당신의 그리움 감싸 안고 지켜줄 테니.
안녕, 하고 나는 끝의 이름으로 시작되는 인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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