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쿠 인가?
어떤 일에 가치를 따지지 않고 몰두하는 사람.
그러다 보니 대상에 대해 전문가 비스무리한 영역에까지 들어서게 된 사람.
그런 사람이 더쿠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걸 보면 나는 참 뭐에 잘 빠진다.
그리고 금세 추종자가 되어 주변에 전파하기 시작한다.
더쿠 되기 참 쉽죠?(ㅋㅋ)
처음엔 만화를 사 모으는 것부터 시작한 것 같다.
순정만화 나나 부터 접근해서.
야자와 아이를 또 파고들고.
파라다이스 키스 라든가 내 남자친구 이야기 에 이르는.
방대한 야자와 월드에 나는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 때부터 현실에 없는 어이쿠 왕자님
을 간절히 바랐는지도 모른다.
이미 더쿠 였음에 분명하다.
그리고는 음악에 빠졌다.
그것도 비주얼 록
화려한 외모에 현혹 되었다.
개미핥기 한테 빨려들어가는 힘없는 개미처럼 그렇게.(ㅋㅋ)
학창 시절은 거의 록에 미쳐 있었던 것 같다.
관련 소품은 돈이 없어서 후줄근 했긴 했어도.
나름 멋진 콜렉션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에도 손을 뻗었는데.
그 때 어이쿠 왕자님 하고 잠깐 접견했는지도 모르겠다.
더쿠 본성 그대로 일상의 모든 부분에 록을 갖다 붙였다.
MP3는 이미 록의 포로가 되어 있었고.
연습장 여러 권에는 록 가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콘서트장도 무대도 참 많이 갔었다.
젊은 시절 뿜어져 나오는 열기를 해소할 곳이 필요했다.
이때도 반의 반쯤은 더쿠 라이프 였던 듯하다.
기괴하고 신박한 걸 좋아하는 습성은
쉬이 고쳐지질 않았고.
그런 취향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면 참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게 되진 못했다.
이토준지 세계관에 발을 담갔다가
호러를 못견디는 성질머리로 인해 간신히 빠져나왔다.
생각해 보면 다행이었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현실이 나를 끌어 당겼다.
그래도 어이쿠 왕자님
을 안다는 건 조금 힘든 여정을 살아 온 건지도 모르지.(ㅋㅋ)
그래도 괜찮다 나는 당당한 더쿠 이길 선택했어.
그 시절 보통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화장이나 화려한 옷 장신구
이런 데에 눈 돌릴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현실의 나는 갈수록 초라해 지고 촌스러워져 갔다.
라고 더쿠 자체를 빙자한 변명을 해 본다.
나는 그 때부터 메타버스 세계에 갇혀 있는 지도 모르겠다.
3D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로서.
인터넷 속에서 더쿠 로서 열심히 살아온 것이라고.
그런 착각이 들 정도이다.
그래도 어이쿠 왕자님 하나는 건졌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질긴 불행의 시작일까....?!(ㅋㅋㅋ)
요즘은 참 덕질하기 좋은 세상이다.
여기저기 내 눈에 뜨이는 콘텐츠가 너무 많아서.
가끔은 숨쉬기가 버거울 정도로.
현실에서 유리된 채로
여기저기 부유하는 나를 보게 된다.
그야말로 방구석 날라리 인 것이다.
여기 내 방 몇 제곱미터가 나의 유일한 세계.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것 같은 기분.
하지만 이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불 밖은 위험해 라고 유명한 더쿠 님은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서도 아직도 어이쿠 왕자님 세계에 갇혀있다.
이 미련한 중생을 어찌할꼬.
스스로도 포기한 완전 무결한 더쿠 길에 들어섰다.
여기는 일방통행.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어이쿠 왕자님 살려주세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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