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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발랄

홍시 킬러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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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홍시걸이다.

감이 보이면 백발백중으로 차지하고 만다.

감이 그렇게 좋을까? 싶기도 하다.

감나무를 보면 시선을 빼앗기고.

한 달에 몇 번씩 홍시 박스를 집에 들여놓곤 한다.

얼마나 달면 이름조차 감일까.

그렇게 엄마와 홍시의 질긴 인연에 대해 말해 보려 한다.

 

 

사실 홍시걸은 무척 바쁘다.

집안일도 해야하고 일도 해야하고.

워킹맘이나 다름없다.

그런 지치고 힘든 하루 끝에서 만나는 게 감이다.

한 덩어리의 위로랄까.

홍시를 하도 좋아하고 많이 먹어서 홍시걸이라고 이름붙여 보았다.

꼭 사람 이름같기도 하다.(ㅋㅋㅋ)

 

 

밥그릇에 얹어놓고 숟가락으로 가운데 심지를 살살 피해가며 먹는다.

가운데 부분은 변비를 유발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먹지 않는 것인데.

사실 감 때문에 변비가 걸린 적은 꽤나 있는 것 같다.

한 두개 먹는 수준이 아니니까.

하루에 많으면 3-4개씩 먹어 치우곤 한다.

물론,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나누어서 먹는 편이다.

홍시걸은 변비가 두렵지 않다.

그보다 더 달콤한 매력에 빠져버렸거든.

 

 

 입가에 감을 묻히고서 주변 사람에게.

감을 권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맛있다며 하나 먹어보라며 그렇게 권한다.

나는 왠지 감을 먹고 난 뒤에 입안이 껄끄러워지는.

그 느낌이 달갑지 않아서 감을 잘 먹지 않는다.

나훈아 선생님의 홍시라는 곡도 있었는데.

어머니 하면 홍시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걸 보면.

이 물컹물컹하고 보드라운 감을 사랑하는 건.

우리 어무이 뿐만이 아닌 것이다.

 

 

홍시의 달달함이 좋아서 푹 빠진 엄마께.

자기만의 행복을 차마 내가 빼앗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나는 옆에서 행복하게 홍시를 발라드시는.

엄마의 현란한 숟가락질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시걸은 그렇게 오늘도 완감을 때리며 순항중이다.

엄마 떠나면 제사상에 홍시는 꼭 올리라던.

지나가듯 건넨 그말이 슬프고 서러워서.

왠지 가슴이 찡해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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