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가 연말을 밝히는 외로운 섬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인생에 끼얹어 졌다.
나는 독립적이지 못하고 의존적 성향이 뚜렷해서.
학창시절에도 떼로 몰려다니고 싶어했다.
하지만 외로움 타는 나를 감싸주는 친구는 몇 없었다.
이제 성인이 된 지금에 와서.
굳이 끼리끼리 무리지어 다닐 필요가 있는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연말을 밝히는 외로운 섬이 되어도 좋다는 생각이다.
나는 섬이 될 테니.
부디 다들 어떤 경로로든 좋으니.
잊지 말고 찾아와 달라.
내 마음이라는 섬에 큰 다리 놓아 언제든 외부와 소통할 테니까.
우리는 평생 어느 한 곳에 소속되지 못하고 떠도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연말을 밝히는 외로운 섬이 되어버리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면.
나라도 곁에 있어 주고 싶다.
나도 여기서 이렇게 혼자서 외로운 섬이 되어 내 존재를 깜박이고 있으니.
부디 기죽지 말고. 움츠러들지 말라고.
내 직업이 독립성이 강조되는 강사이다 보니까.
더욱 이런 상황이 홀가분하면서도 반갑게 느껴지는 것 같다.
지금 솔로천국 커플 지옥이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라도 할라치면 온갖 모욕과 손가락질을 당하겠지.
그래도 조용히 다가온 소녀가 발치에 작은 화분 하나 내려놓고 지나간다면.
그보다 기쁜 일이 있으리오.
연말을 밝히는 외로운 섬이 여기 있으니 잊지 말아 달라고.
그렇게 마음 속으로 고래고래 외쳐본다.
혼자라도 괜찮아.
라는 말로는 이제 충분치 않다.
진정으로 혼자인 사람들이 끊임없이 외부와의 정을 소통하기를 바라는 것은.
꼭 디지털 시대인 지금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하나하나의 외로운 섬이다.
섬에는 제약이 있긴 하지만 가능성 또한 열려있다.
언제나 시퍼런 가슴 드러내 놓고.
세상이 할퀴어댄 상처 오롯이 내놓고.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
견뎌온 세월 그대로 역사같이 남아버렸으니.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와 달라.
한번쯤.
거기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연말을 밝히는 외로운 섬인 내가 두 팔 벌려 당신의 호의를 감싸 안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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