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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바람이 되어(나무의 영원성에 대하여) 나무는 꿈을 꾼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언젠가 자신이 저 멀리를 날게 될 날을. 비록 지금 여기 뿌리내리고 있어 움직일 수 없지만.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온몸을 바람에 부대낀다. 나뭇잎 한 장 바람에 휘날리면 어디까지든 간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멀리까지도. 나무는 숨 쉰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 그를 쉴새없이 흔들어도. 굳건하게 그 자리에 뿌리박혀 있다. 그런 나무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온갖 자연현상에 시험당하는 그가. 애처롭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제 잎들을 풍성히 만드는데만 힘을 쏟았다. 변명도 불평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떠한가. 매일 아무것도 생산해 내지 못하면서.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뽐내고 있는 걸까. 천개의 바람이 되어 사라질 운명을 짊어진 우리가. 지..
200p남짓의 감동(죽음의 수용소에서 리뷰) 빅터 프랭클이라고 하면. 정신과 의사. 무시무시한 수용소를 거치며 살아남은 존재. 삶에 대한 애착이 참 강했던 사람.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는 책은. 일단 두께가 200p남짓으로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면 하루 이틀이면 읽겠구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200p남짓의 감동을 내게 선사해 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인간을 숫자로 치환해버리는.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속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나. 그런 궁금증이 이 책을 마주하면 커져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글의 호흡이 짧다. 길어야 1~2장의 소주제 분량. 정말 읽기에 부담없는 배치이다.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옮기기에는 그의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었고...
분리수거꾼의 하루(나는야 타지않는 쓰레기) 이번에는 분리수거꾼의 하루이다. 나 스스로를 타지 않는 쓰레기라고 칭해 보겠다. 20대 때만 해도. 분명 같은 쓰레기지만 타는 쓰레기였다. 그 때는 마구마구 장작을 지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소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활달했고 빛이 났었다. 지금은 타지 않는 쓰레기가 되어 그저 재만 날리고 있는 듯하다. 분리수거꾼의 하루가 다 그렇듯이. 소중한 꿈이 쓰레기가 되어버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한다. 이건 타는 쓰레기. 저건 타지 않는 쓰레기. 물론 그 안에 내 꿈도 포함된다. 이런 비슷한 내용을 담은 노래가 있었다. 일본 밴드 BUMP OF CHICKEN의 곡이었던 것 같다. 그들이 노래하는 소소한 가사는. 웅장한 밴드 사운드에 휩싸여 있었다. 별 볼일 없는 이야기를 정말 소중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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