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손석구의 존재감은 내 안에서 별로 크지 않았었다.
그냥, 새 드라마에 나온다고 하기에.
어, 한번 봐야지. 그정도였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이상하게 빨려 들어가는 연기를 하더라고.
자연스러운데 털털맞은데 한정되게 살가운.
사실 나의 해방일지에는 답답한 주인공 들이 나온다.
무엇 하나 잘되고 있는 애들이 없어!!
부모님께 종속당해서 그냥저냥 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거기서 반항하는 이민기도 있지만.
매번 아부지께 깨갱할 뿐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 2가지를 꼽으라면.
일과 연애라는데.
나의 해방일지 주인공들에게는 사랑이 결여되어 있다.
잘 되지가 않는다.
이엘리야는 그나마 의지라도 있지.
김지원은 누군가가 꼬깃꼬깃 접어놓은 종이학 처럼 살아간다.
기지개를 펴면 쫙 펴질 그럴 종이인데.
그거 하나를 못해서 갑갑하게 산다.
그래서 더 끌렸다.
드라마 제목도 나의 해방일지니까.
곧 저 답답한 이들이 해방되겠지. 하는 믿음?
그것은 손석구의 손끝에서 일어났다.
꼭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아무도 열지 못했던 나라는 자아의 소중함을.
외간 남자가 인정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으로써.
나는 변화하게 된다.
일단 무거운 내용을 무겁지 않게 전달하려 하는.
대사의 맛이 좋았다.
그리고 상징적인 컷들도 많았어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손석구와 다른 인물들 간의 케미도 좋았다.
모처럼 명작이 나온 것 같다.
추앙해요 라는 나의 해방일지 속 대사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구겨진 종이학이었고.
누군가가 쫙 펴주기를, 내가 얇은 막을 뚫고 헤쳐나갈 수 있게
도와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등장 인물이 하나같이 매력적이었고.
나의 해방일지 OST는 나의 플레이리스트가 되었다.
무엇보다도 손석구의 재발견이랄까?
나만 재발견 한 건 아닐 테지....(ㅋㅋㅋ)
한 회가 가는 게 아쉬웠던 드라마는 또 오랜만이었다.
무엇보다 담담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던.
김지원 배우도 대단한 내공을 키운 것 같다.
그리하여 결국 우리는 해방이 되었는가?!
드라마 하나로 약발이 들기엔 너무 오래 묵은 답답함이다.
나의 해방일지는 일지라는 형태로 기록되지 않는가.
그건 매일 써야한다는 소리이고.
우리의 해방 노력도 매일 쌓아 올려야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 손석구의 존재감이 너무 컸기에.
곧 다음 작품에서도 의미있는 만남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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