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래를 들을 때.
음색에 빠지는 편인가.
가사를 음미하는 편인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NELL이라는 밴드 앞에서는.
저 두 가지를 모두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더듬더듬 가사를 더듬다가 발견한 밴드 NELL에 대하여.
GO라는 노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랑얘기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들 하는데.
뭔가 NELL은 고독과 절망을 노래하는 밴드라서.
더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보컬 김종완의 목소리는 독보적.
몽환적이고 연약한 자아를 드러낸다.
그리고 가사 중에 계속 반복되는 사비에서.
ON YOUR MARK.
GET SET AND GO
라고 말하는데.
이게 꼭 절벽에서 밀쳐 떨어지는 기분이랄까.
더듬더듬 가사를 더듬다가 보면
어느새 절망에 다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드럼의 파괴적인 연주라든가.
피아노 건반의 잔잔함이라든가.
시종 눈을 감고 노래하는 보컬의 아련함이라든가.
정말 깨알같이 감상할 거리가 많은 밴드이다.
베이스와 드럼은 정말 떼려야 뗼 수 없는.
그런 관계인데.
베이스와 드럼 라인이 좋은 것도 이 밴드에 관심이 가는 이유이다.
더듬더듬 가사를 더듬다가 정신차리고 보면 음색에 빠져있다.
사람의 목소리는 다 제각각이다.
목소리라는 악기는 제한이 없는 것 같다.
초기의 NELL음반을 들어보면.
고음 사용이 되게 잦은데.
그런 표현법이 왠지.
나 여기서 죽을 것 같으니 구해달라는.
그런 MAYDAY 같은 신호 같아서.
또 마음에 쏙 들었다.
이제는 가얄 시간.
그리고 남겨진 너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
이런 느낌이 NELL의 곡에는 많은 것 같다.
사랑의 슬픔을 노래하는 밴드라서.
내게 결여된 감정을 꽉 채워 주는 밴드라서.
더 눈길이 갔나 보다.
더듬더듬 가사를 더듬다가 도착한 섬은 NELL이었다.
이런 가사를 쓰는 사람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또 재미있을까.
그런 양가 감정이 샘솟는다.
최근에는 넬의 노래가 다 비슷하다는 그런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의 코드는 계속 가지고 가야하지 않을까.
그게 NELL만의 특색이니까.
코드 전개나 나긋한 목소리.
그게 NELL이니까.
새벽이나 밤에 들으면.
어김없이 고독 속에 푹 빠지게 만드는.
그런 밴드 NELL의 GO 꼭 들어보시길.
보컬 김종완의 절규와 앨범 판매량은 비례하는 걸까?
그런 재미없는 얘기도 해보고 싶었는데.
그 보다는 그들의 음악이 얼마나 듣기 좋고 훌륭한지.
그런 얘기를 더 많이 나눈 것 같아서 좋다.
더듬더듬 가사를 더듬다가 고개를 든 당신은 말하게 될 것이다.
아, 이 밴드구나. 정말 좋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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