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우리 집에는 오래전부터 묵직한 화분이 하나 있다.
녀석의 이름은 고목.
다른 이들이 고목나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는 동어 반복이다.
나는 고목이 좋다.
맨들맨들한 잎사귀를 닦아줄 때면.
한없이 귀한 몸뚱이에 물을 부어줄 때면.
내가 오롯이 살아나는 느낌이 들어서.
나와 같이 숨쉬고 있구나 싶어서 좋다.
마음 속으로 너에게 닿기를 진심으로 비는 하루.
어느 날 너에게는 샛노란 잎이 생겼다.
걱정이 된 나는 화분을 돌려 주기도 하고.
물의 양을 줄여 보기도 하고.
번번이 노력했지만 결국엔.
너는 잎사귀 하나를 툭 하고 떨구었다.
너에게 닿기를 바랐는데.......(한숨)
화분속 고목잎을 주우며 드는 생각 하나.
늙어감을 생각할 무렵이구나 하는.
우리도 알게 모르게 매일 각질을 바닥에 떨구며 살아 간다.
세포는 하루하루 새로워 지고.
결국 낡은 것은 스러져 버릴 운명인 게다.
나이듦이 서러워지는 순간이 있다.
생생하고 푸릇푸릇한 나무들의 잎사귀를 만져볼 때면 더욱 그렇다.
젊은 친구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을 훔쳐볼 때면 더욱 그렇다.
세월은 상대적이라서.
어느 누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너에게 닿기를 매일 소망한다.
가지치기를 마치고 토르소 같던 네 몸뚱이를 바라보며.
미안한 마음에 머뭇거리던 과거를 너는 기억할까.
몇 달 뒤에 더 푸르게 돋아나던 너의 모습을 보며 안도했던 나를 기억할까.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있는 우리 집 화분 고목이여.
너에게 닿기를 꿈꾼다.
아름다운 꽃도.
향기도 없지만.
수수하고 묵직한 네가 나는 좋다.
너에게 닿기를 염원하던 내 곁에 계속 든든하게 있어주는 네가 너무 좋다.
우리 겨울을 맞이하며 했던 약속.
잘 버티어 내자.
그 말을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그저 광합성 하며 하루하루를 견디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뜯겨지는 달력이 가슴아파 서걱서걱 가위질하여.
메모지로 만들어 내는 내 마음을 너는 알까.
어떻게든 순간을 간직하고픈 마음 너는 알고 있을까.
물을 주면 내 옆에서 보글보글 여과시켜 버리는.
너의 몸뚱이를 바라보며.
나는 늙어감을 생각한다.
너에게 닿기를 소망하면서 말이지.
우리 조금만 더 힘내서 살아내 보자.
하루하루가 귀하고 소중하다는 걸.
내게 일깨워 준 너와 함께 오래 같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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