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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발랄

200p남짓의 감동(죽음의 수용소에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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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이라고 하면.

정신과 의사.

무시무시한 수용소를 거치며 살아남은 존재.

삶에 대한 애착이 참 강했던 사람.

로고테라피의 창시자.

이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라는 책은.

일단 두께가 200p남짓으로 거부감이 없었다.

오히려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면 하루 이틀이면 읽겠구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200p남짓의 감동을 내게 선사해 준 고마운 책이기도 하다.

 

인간을 숫자로 치환해버리는.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속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하며 버틸 수 있었나.

그런 궁금증이 이 책을 마주하면 커져가게 된다.

무엇보다도 글의 호흡이 짧다.

길어야 1~2장의 소주제 분량.

정말 읽기에 부담없는 배치이다.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옮기기에는 그의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었고.

그가 그것을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문체도 담백해질 수밖에.

덕분에 읽기가 엄청 수월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200p남짓의 감동은 절절했다.

 

 

 200p남짓의 감동이라고 해도.

어차피 며칠 지나면 휘발 되어버릴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기록하는 쪽을 택했다.

인간 실존의 위대함과.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이 인간 이하의 끝까지 도달했을 때.

거기에는 두 부류만이 남는다고 그는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면 천사와 악마이다.

그것은 그의 본성일수도 있고

주변으로부터 받은 영향도 일부 포함된다.

 

사람을 체포했을 때.

가장 쉽게 굴복시키는 방법이 

옷을 다 벗기는 것이라 한다.

그러면 저항이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고.

근데 그런 모습을 군중속에서 하려다 보니.

정말 말 그대로 영혼까지 발가 벗겨진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좁은 수용 공간에서의 생활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그걸 버틸 수 있었을까.

그에게는 인간 존엄이라는 눈부신 목표와 희망의 끈이 있었다.

그 두가지를 절대로 놓지 않았기에.

그는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200p남짓의 감동이 내게 새롭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며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이토록 자유로운 우리 삶 속에서도.

얼마든지 수용소 내부에서의 혼란과 무질서와 비인간성이.

언제든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다.

3명이상의 사람이 모이면 묘한 질서가 생기는 것처럼.

 

 

인간의 해방을 부르짖는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 특유의.

자기과시나 군더더기 많은 문장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읽기에 참 담백하고 이미 생에 초연한 그의 자세가 눈에 띄었다.

 200p남짓의 감동을 찾아 헤맨 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워 지기도 했다.

이렇게 고귀한 경험을 고작 손가락 까딱이며 따뜻한 방에서 읽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가 해방을 맞이하고 그 해방을 순간적으로 바로 즐길 수 없었던 것도.

우리 마음에도 준비라는 게 필요해서 그렇다고 한다.

상황과 몸은 홱홱 바뀔 수 있지만.

마음은 관성에 젖어있다고 할까.

천천히 일상으로 되돌려놓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그는 전한다.

 

 

물론 이 책에서 교훈을 말하거나.

누구를 세뇌시키려고 하거나 하는 시도는 전혀 없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일을 토대로 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뿐이며.

심지어 무기명 원고로 처리하려고 했었던 빅터 프랭클은.

97년에 향년 92세로 사망하였다.

그의 책이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이유가 뭘까.

단지 그가 특별하고 끔찍한 경험을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소개하는 정신 치료법 중에 신기했던 것은.

역발상을 이용한 방법이었는데.

손이 떨리는 사람에게 글씨를 휘갈겨 써보라고 하거나.

땀이 많아 고민인 사람에게 땀을 흘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보라고 한다든지.

불면증 환자에게 잠을 안자도록 애써보라고 한다거나 하는.

그런 특이한 방법을 고안해냈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상담 기법에 있어서.

해답은 내담자 스스로에게 있다는 기본원칙.

그런 느낌이 그의 로고테라피에서도 전해졌다.

물론 숙련된 정신과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해답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본인이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다.

 200p남짓의 감동은 내게 말한다.

너의 삶은 빛나고 있고, 너는 그 자체로 고유하다고.

너의 생각은 존중받아 마땅하며 귀한 것이라고.

올바른 경로에 오른 생각을 멈추지 말라고.

그리고 자유를 누리되 방종하지 말며.

목표를 가지고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는 꼼꼼함이 필요하다는 것도.

잘 배울 수 있었다.

고통에서 배울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 고통을 일부러 겪으려 하는 것은 자학이나 다름이 없다.

너무나 인간다운.

하지만 철저하게 사고하는.

그런 어찌보면 상반된 모습일 수 있는 그의 철학에 푹 빠졌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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